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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류장에 수감된 구금자들이 비좁은 공간에서 잠을 자고 있다. © 2020 Choi Seong Guk for Human Rights Watch

(서울) 휴먼라이츠워치는 오늘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미결구금 및 수사제도가 자의적이며 정당한 절차가 부재하다고 폭로했다. 북한에서 구금된 적이 있는 사람들은 수감시설에서의 조직적인 고문과 위험하고 비위생적인 환경, 강제 노동에 대해 증언했다.

88 페이지에 달하는 “짐승보다 못한”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북한의 불투명한 형사사법제도에 대해  상세한 방식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특히 북한의 취약한 법제도와 조선노동당의 통제 하에 운영되는 법원과 법 집행기구의 정치적 성격을 폭로한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브래드 애덤즈 (Brad Adams) 아시아 디렉터는 “북한의 미결구금 및 수사제도는 자의적이고, 폭력적이며, 잔혹하고, 모멸적이다”라고 비판하면서 “우리가 인터뷰한 북한인들은 공식 절차를 따르지 않고, 유죄가 추정되며, 뇌물과 연줄이 있어야만 빠져나올 수 있는 이 제도에 걸릴까봐 주민들이 항상 두려움 속에서 생활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현 지도자인 김정은이 집권한 2011년부터 휴먼라이츠워치는 북한에서 전직 정부 관료로 일했던 탈북민 8명과 북한의 구금심문시설인 구류장에 수감된 적이 있는 탈북민 22명(여성 15명, 남성 7명)을 인터뷰해왔다.

구류장에 수감된 적이 있는 북한인들은 휴먼라이츠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체포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알 수 없고, 독립적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없으며, 고문을 당하거나 형사소송법이 위반되더라도 당국에 호소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일단 공식 수사가 시작되면 단기 또는 장기 강제노동형을 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수감 경험이 있는 일부 여성들은 강간을 포함한 성희롱과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구금 경험자들은 날마다 책상다리를 하거나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손이나 주먹을 무릎에 올리고 눈은 바닥을 향한 채 미동도 없이 앉아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움직이면 간수들은 움직인 사람에게 벌을 주거나 또는 모든 구금자들에게 단체로 벌을 주었다.  

전직 정부관료 4명은 조선노동당이 구금자들을 법집행관과 직접 눈을 마주쳐서는 안되는 열등한 인간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구금자들은 이름이 아닌 숫자로 불렸다.

밀수와 남한으로 탈출을 시도한 죄로 여러 차례 구금되었다가 2017년에 탈북한 전직 군인 한 명은 “만약에 움직이면 앉았다 일어서기, 팔굽혀펴기, 윗몸 일으키기, 철창에 매달리기 같은 것으로 벌을 받았습니다. 어떤 간수들은 철창 사이로 얼굴을 내밀게 하거나 손을 내밀게 하고 막대기나 총으로 때렸습니다. 간수들이 기분이 아주 나쁠 때는 감방 안에 들어와서도 때립니다. 이런 일이 날마다 일어났는데, 우리 감방 아니면 다른 감방에서 벌받는 소리가 들려서 항상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거의 살기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을 정도였어요…… 내가 있을 때는 50명 이상의 수감자가 [정치범 수용소로] 사라졌습니다.”라고 증언했다.     

휴먼라이츠워치가 인터뷰한 북한인들은 또 극소량의 배식, 잠잘 공간도 없는 과밀한 감방, 제대로 씻지 못하는 환경, 이불과 옷, 비누, 생리용품의 부족 등 유해하고 비위생적인 구금 환경에 대해서도 말했다. 구금 경험자들과 전직 보안원들은 구금자들에게 머릿니와 빈대, 벼룩이 많다고 말했다. 다수의 구금자들은 심문 절차가 끝나면 간수나 심문관들이 뇌물을 받고 가족이나 친구들을 통해 외부에서 먹을 것이나 다른 생필품물건들을 들여오도록 허락해주었다고 증언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북한 정부가 미결구금심문시설에서의 고질적인 고문과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며 모멸적인 처우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또 끔찍한 수감 환경을 개선하고, 위생과 의료 서비스, 영양, 깨끗한 물, 의복, 바닥 공간, 채광, 난방 등 기본적인 수준을 보장해야 한다.

 

2014년에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 정부가 자행하는 조직적이고 만연하며 심각한 인권침해가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애덤즈 아시아 디렉터는 “휴먼라이츠워치가 인터뷰한 전직 정부 관료들에 따르면 북한의 형사사법제도에서는 가혹한 처우와 모멸감이 중요하게 간주된다”면서 “북한 당국은 어둠 속에서 나와 북한의 형사사법제도를 공개하고 전문적인 경찰력과 고문이 아닌 증거를 바탕으로 하는 수사제도를 수립할 수 있도록 국제적 지원을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보고서 짐승보다 못한에서 발췌한 증언들

2018년에 탈북한 한 전직 정부 관료는 누군가에 의해 첩자로 고발 당해 2011년과 2012년에 중국 접경 도시에 있는 보위부 구금심문시설에 수감되었다. 그는 휴먼라이츠워치에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요원들은 나를 대기실에 넣었는데, 방이 작고 나 혼자였습니다. 몸수색을 한 다음에 보위부장, 당 정치부장, 수사관이 들어왔습니다. 분위기가 아주 심각했는데 난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나를 30분 정도 때렸습니다. 군홧발로 차고 주먹으로 아무 데나 막 때렸어요……

다음 날에는 옆에 있는 감방으로 옮겨서 예심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수사에 어떤 절차나 형식도 없었고 그냥 막 때리기만 했습니다……  예심원이 처음에 무자비하게 나를 때렸는데 내가 “왜 그러냐?”고 물어도 대답은 해주지 않았습니다…… 심문이 지속되고 나서야 내가 첩자로 고발당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한 달 동안 [예심단계의] 심문 초반에는 언제나 가혹한 구타가 있었습니다. 군홧발로 차고, 주먹으로 치고, 몽둥이로 온 몸을 사정없이 때렸습니다. [한 달 후에 자백을 거의 다 받아낸 후에야] 대우가 좀 나아지더라고요.

겨울이었는데 난방 장치가 없었습니다. 우리 바로 앞쪽에 간수 옆에는 작은 나무 난로가 하나 있었습니다. 너무 추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밖에서 물건을 들여보내지도 못했습니다. 정말 추웠는데, 빈대같은 것이 너무 많아서 더 힘들었습니다.

벌목꾼으로 일하다 2014년에 탈북한 한 북한인은 2010년에 밀수 혐의로 그리고 2014년에는 정부 지정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은 죄로 보안성이 운영하는 시설에 수감되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꼼짝도 할 수 없으니까] 하루하루가 끔찍하고, 너무도 고통스럽고,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서 나나 다른 사람이 [감방에서] 움직이면 간수들이 나한테 또는 전 수감자들에게 손을 감방 창살 밖으로 내밀라고 한 후에 군홧발로 여러 차례 밟고 지나가거나 혁대로 때렸습니다. 그래도 움직이면 안되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때렸습니다.

장사를 하다가 2017년에 탈북한 한 북한인은 2010년 초에 금지된 물건을 판매한 죄로 그리고 2016년에는 자신보다 연줄이 좋은 당원과 싸움에 휘말려 평안남도 순천에 있는 보안성 구금시설에 수감되었다. 이 여성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세면용품은 수감자들의 집에서 가져왔습니다. 수감되면 보안원이 가족들에게 알리고 담당 수사관이 가서 비누나 치약, 칫솔, 수건, 생리대 같은 것을 가져옵니다.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간수들이] 칫솔의 몸통은 잘라버리고 머리만 남겨놓아요. 가족이 없는 사람들은 세면용품이 없어서 다른 구금자들의 물건을 써야 했습니다.

다들 비슷한 처지니까 여자들은 물건을 다 나눠썼는데 남자들은 안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가족이 없는 남자들은 고생이 더 심하고 머릿니가 들끓는데 다른 남자들이 신경도 안 썼다고 (물건을 나눠쓰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처음 구금되었을 때 나는] 가족들이 생리대를 보내줬습니다. [가족이 없는] 구금자 한 명은 양말을 빨아서 생리대로 쓰는 걸 봤습니다. 2016년에는 우리가 보안원들한테 생리대 좀 달라고 요청해서 보안원이 밖에 가게에 가서 사다 줬습니다. 돈을 안 줘도 보안원들이 갖다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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